지난 4월 15일, 하원 사법 위원회 (House Judiciary Committee)는 역사적인 “흑인들을 위한 배상 연구 조사 위원회 설립 (H.R.40 -Commission to Study and Develop Reparation Proposals for African-Americans Act)” 법안을 투표로(25 대 17 찬반) 통과시켰습니다. 이 법안은 1989년 John Conyers에 의해 처음으로 소개된 이래, 최초로 위원회로 부터 승인을 얻어 의안으로 정식 상정되면서 총 하원 투표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선거 캠페인때부터 이 법안을 지지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행정부도 이를 환영했습니다. 이로써 오랫동안 학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논쟁이 되어온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미국 흑인 시민들을 위한 “노예 배상금 (Slavary Reparations)” 지급이 점점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H.R. 40 법안은 1619 년부터 현재까지 노예 제도의 의미를 조사하고, 미국 흑인 시민들을 대상으로 배상 방법을 조사, 개발하고 제안하는 위원회를 설립하는 것입니다. 법안 타이틀의 “40”이라는 숫자는 남북 전쟁 후, 그 당시 해방된 4천만명의 노예들에게 “40 에이커 (약 161,874 평방 미터)”와 노새를 제공하겠다는 연합군 장군 William Tecumseh Sherman의 약속을 의미합니다. 이 명령은 1865년에 취소 되었지만, 해방 된 노예를 지원하겠다던 그 당시 미국 정부의 서약에 해당하는 합당한 배상 법안 제도를 사회 운동가, 정치인, 학자들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작년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전미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들고 있는 “인종차별”에 대한 재조명 기류를 타고 이 법안에 대해 파란불이 켜졌습니다.
역사적으로 명백히 잘못된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그 과오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 법안의 취지는 정당하지만,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떻게 이 법안이 실행 될수 있는지에 대한 논란입니다. 노예제로 발생한 흑인 후손들의 정확한 경제적 손실 산정과 타당한 배상 액수의 선정, 벌써 남북 전쟁이 끝나고 노예제가 폐지 된지 156년이 지난 현재 그 배상 대상의 선정 논란, 또한 어마어마한 배상금 마련을 위한 미국민의 세금 유용 합당성, 나아가 이 배상제도가 인종간 갈등을 불식시켜 화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지 법안 취지에 대한 국민의 공감대 형성등, 여러가지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먼저, 현재까지 학자들과 정치인들 사이에서 제시되고 있는 다양한 배상금 액수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020년 6월 19일 발표된 “노예의 아프리카 계 미국인 후손을 위한 노예와 인종 차별의 부의 영향”이라는 연구에서 노예제 비용및, 약속된 토지 가격과 함께 흑인-백인의 빈부 격차를 조사해서 배상액을 산정했습니다. 그리하여 2018년 달러 기준으로 산정된 배상 액수는 어마어마한 6 천조억원 ($6.2 quadrillion)에 이르며, 이를 그 당시 노예의 후손들로 추정되는 현 4천만명 (40 million Black non-Hispanic descendants of the enslaved)으로 나누어 각 후손당 약 1억 5천만 달러(약 1,760억원)의 배상금이 제공되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또한, 2020년 4월, 듀크대 교수 William Darity는 흑인과 백인의 경제적 빈부 격차를 고려해 흑인 개인별 80만불 (약 8억원)의 배상금을 제공하게 되면 이는 약 12조 달러($12 trillion)에 이르는 예산이 필요하다고 추정했습니다 (2020년 8월 12일자 CNBC 뉴스 참조-https://www.cnbc.com/2020/08/12/slavery-reparations-cost-us-government-10-to-12-trillion.html). 또한 Black Entertainment Television의 창립자인 Robert Johnson과 코네티컷 대학 연구원인 Thomas Craemer의 흑인과 백인의 빈부의 격차를 기반으로 한 각각의 연구에 따르면, 해당 흑인 개인별로 약 30만 ~35만 달러 (약 3억~4억원)의 배상금을 추정했습니다 (2020년 7월 17일자 뉴스위크 기사 참조-https://www.newsweek.com/reparations-slavery-cost-more-just-money-1518649).
그리하여 지금까지 알려진 배상금 가능 액수는 개인당 최소 30만불(약 3억원)에 이르는 상당히 높은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 금액은 현재 백인과 흑인간 모든 빈부격차가 단순히 노예제도 하나의 요인에서 비롯되었다는 가정하에 추정되었다는 모순이 있습니다. 또한, 노예제가 끝난 후 156년이 지난 미국 사회는 단순히 노예와 그를 소유했던 흑인과 백인의 후손뿐 아니라, 여러 국가에서 온 다양한 이민자로 구성되어 있어, 복잡하게 얽힌 현 경제 상황에서 노예제도로 인한 인종간의 경제적 격차만을 정확히 끄집어 내어 계산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또한, 배상금을 받게되는 노예 후손의 대상 선정 역시 상당히 복잡합니다. 약 400년전 1619년에 처음으로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이 미국 땅에 도착했고, 대서양 횡단 노예무역의 마지막 생존자인 Matilda McCrear는 1860년 알라바마에 도착했으며 1940년에 삶을 마감했습니다. 2020년 기준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연령 그룹인데, 1981년 이후에 태어난 7,210만 밀레니얼 세대에서 노예나 노예주인등을 찾으려면 적어도 5~6세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가능합니다. 또한, 많은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백인들만 흑인 노예를 소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흑인 역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저명한 흑인 역사학 박사 Carter G. Woodson (1875~1950)의 19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1830년대 3,776 명의 자유로운 흑인들이 총 12,907명의 흑인 노예를 소유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모든것을 고려해 볼때, 타당한 배상금 수혜자의 선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많은 논란을 야기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음은 누가 그 배상금을 부담하느냐는 문제입니다. 모든 백인이 노예를 소유했던 것도 아니고, 모든 흑인이 노예였던 것도 아니고, 또한 위에서 밝혀진 대로 그 당시 자유로왔던 몇몇 흑인들 역시 흑인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1830년 정부가 발표한 인구조사 결과 (아래 보고서 원문 첨부)에 따르면, 그 당시 319,576명은 노예가 아닌 자유로운 흑인들이었습니다. 그 중 위에서 지적했듯이, 3,776명은 노예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 당시 노예 소유자들이었던 백인들과 흑인들의 후손들이 배상금을 부담해야 하는것입니까? 하지만, 옛날 조상들의 죄값을 5~6세대가 지난 죄없는 후손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국 노예제도와 전혀 관련없는 현재 미국의 많은 이민자들의 세금으로 배상금을 부담한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안됩니다.
현재 흑인을 대상으로 연방정부의 여러 형태의 경제적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고, 또 각 지방 정부 자체적으로 배상금 법안과 지급이 벌써 이루어 지고 있습니다. 지난달 3월, 일리노이 주 에반스톤의 시카고 교외는 과거의 차별과 노예 제도의 영향을 고려해 흑인 거주자들에게 배상금을 제공한 최초의 미국 도시가 되었습니다. 배상금은 유흥목적 마리화나 판매세를 통해 마련되며, 자격을 갖춘 에반스톤의 흑인 시민은 각각 2만5천불(약 2천 5백만원)을 받게됩니다. 이 외에도 미서부 캘리포니아 주부터 미동부 매사추세츠 주 애머스트와 같은 도시에 이르기까지 배상금 법안을 고려하는 “지방 정부”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연방정부”까지 국민 세금을 이용해 막대한 “노예 배상금”을 특정 시민들에게 지급하게 된다면, 그에 따른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것 처럼 과연 이 배상 법안이 인종간의 갈등과 빈부 격차를 종식 시킬수 있을까요? 많은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오히려 인종간 갈등을 더 부추길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미국 원주민들과 초기 이민자들(유럽, 유태인, 아시안, 라티노등)의 후손등 억압과 차별을 경험했던 다양한 인종들 역시 서로 배상금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심화될수 있습니다.
노예제는 벌써 156년 전에 끝났고, 1964년 시민운동을 통해 차별을 불식시키는, 역사적인 “민권법(Civil Rights Act)”을 헌법화 하고, 스포츠, 음악, 영화등에서 많은 흑인 유명인들이 활약하고 있고, 무엇보다도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가 전 국민의 투표로 인기를 업고 8년간 재임했습니다. 또한, 현 카멜라 해리스 부통령 역시 흑인계 입니다. 이 역사적 사실들 만을 종합해 보면, 미국은 인종차별을 뛰어넘어 화합을 이루고자 노력하며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가는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 갑자기 모든것을 “인종차별”의 렌즈로 분석하며, 소수의 그룹과 정치인들이 사회 전반의 대대적 개혁을 요구하며 갈등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최근 진짜뉴스에서 분석해 드렸듯이, “경찰의 해체요구”, “인종차별을 이유로 조지아 주 선거법의 보이콧”, “캔슬컬쳐”등의 최근 사회현상들이 그 갈등의 양상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명백히 잘못된 노예제도에 대한 사과와 그 과오를 바로잡고자 하는 이 “노예 배상금” 법안의 취지는 이해되지만, 이 법안의 실행이 과연 현실적인지, 또 나아가 인종차별을 불식시키고 사회적 화합을 이루도록 도와 줄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