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21년은 ‘캔슬컬쳐 (Cancel Culture)’의 해라고 불러도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지난주에 진짜뉴스에서 소개한 (1)’캔슬컬쳐’ 기사에서 현 사회가 ‘급진적인’ 정치적 올바름 (Political Correctness)을 강조하는 소위 ‘Woke Mob (‘각성’한 폭도들)’의 주도하에 인물, 역사, 문학, 예술작품등을 가차없이 취소하는 현상을 분석해 봤는데요. 이는 현재 미국사회 전반을 인종, 성 차별등 사회공평/정의 렌즈를 통해 분석하며, 소위 ‘비판적 인종이론 (Critical Race Theory)’등을 잣대로 ‘개혁’을 진행하면서 혁명(Revolution)을 이루어 가는 과정중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진짜뉴스는 현재 미국의 교육, 문화, 사회, 정치 다방면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이 ‘개혁’ 과정을 하나하나 파헤쳐 여러분들에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3월 9일 디즈니사에서 운영하는 영화 스트리밍 서비스 Disney Plus 에서 다음과 같은 클래식 만화영화를 Kids Profile에서 삭제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해당 영화는 “덤보”, “피터팬”, “아리스토 고양이”, “스위스 로빈스 가족”입니다. 이로써 7세 이하 아이들은 이 영화들을 볼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앱서비스 셋팅에서는 Young Viewers’ Profile에 해당 영화들이 나오는것까지 제한했는데요. 이번에 검열된 영화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랑을 받아왔고 세계의 여러 언어로 번역되어 우리에게도 매우 친숙한 영화들입니다. 그 중 “덤보”와 “피터팬”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 덤보 (Dumbo (1941)): 하늘을 날으는 코끼리 덤보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화영화입니다. 왜 디즈니는 이 영화를 취소해야 했을까요? 디즈니 웹사이트에 따르면 영화중 나오는 ‘까마귀들의 뮤지컬 장면’에 인종차별 요소가 다분하다고 지적합니다. “까마귀들의 뮤지컬은 인종 차별적인 민스트럴 쇼(minstrel) 를 연상케 합니다 (민스트럴 쇼는 남북전쟁 전후에 유행했던 미국 엔터테인먼트 쇼 중 하나로, 얼굴을 검게 칠한(블랙페이스) 백인이 춤과 음악, 촌극 등을 섞어서 공연했는데, 그 내용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바탕으로 그들을 희화화 한다는 비판을 받는 대표적 인종차별 쇼). 민스트럴 쇼에서 검은 얼굴을 하고 너덜너덜한 옷을 입은 백인 공연자들은 남부농장의 흑인 노예들을 흉내내고 조롱합니다. 또한, 영화의 까마귀(Crow)그룹의 리더 이름이 Jim Crow인데 이는 미국 남부에 존재했던 인종차별 악법(Jim Crow Law)과 동명입니다 (또 해당 캐릭터 까마귀 성우가 백인임을 지적합니다)..” 여러분의 판단을 돕고자 해당 뮤지컬 클립 유튜브 링크를 아래와 같이 첨부합니다.
2. 피터팬 “Peter Pan” (1953): 다음은 뮤지컬로도 잘 알려진 피터팬입니다.
디즈니사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피터팬은 원주민(Native people)의 다양성이나 진정한 문화적 전통을 반영하지 않고, 전형적인 편견을 가지고 원주민들을 묘사합니다. 그들은 중얼거리듯 이해할수 없는 언어를 사용하는 인종이고, 원주민을 향한 모욕적인 용어인 ‘레드스킨’이라는 호칭을 반복해서 언급합니다. 또한 피터와 소년들은 원주민을 묘사하는 머리 장식과 과장된 치장을 하고 춤을 추고 있습니다.” 해당 장면 유튜브 링크를 아래와 같이 첨부합니다.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깁니다.
디즈니 외에도 며칠전 벅스버니 (Bugs Bunny), 트위티 버드 (Tweety)등의 만화 캐릭터로 유명한 워너 브라더스의 루니 툰 (Looney Tune)에서 프랑스 스컹크 캐릭터인 ‘페페 르 퓨 (Pepe Le Pew)’를 취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페페르퓨는 1996년 마이클 조던이 주연한 ‘스페이스 잼 (Space Jam)’에 다른 루니툰 캐릭터들과 출연했는데, 7월 16일 개봉을 앞두고 있는 ‘스페이스 잼’ 속편에는 출연하지 않을것이라 전해졌습니다.
이유는 뉴욕 타임즈 칼럼니스트 찰스 블로우의 3월 3일자 사설에서 시작된 논란 때문이었습니다. 블로우는 사설에서 스컹크 캐릭터인 페페와 여자친구의 연애 행각이 ‘강간문화’에 일조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그날은 닥터 수스의 6권의 책들이 취소된 날이기도 했죠. 칼럼의 주 내용은 닥터 수스의 취소에 대한 결정을 지지하는 것이었는데, 그 중에 다음과 같은 문단이 나옵니다. ” Some of the first cartoons I can remember included Pepé Le Pew, who normalized rape culture; Speedy Gonzales, whose friends helped popularize the corrosive stereotype of the drunk and lethargic Mexicans; and Mammy Two Shoes, a heavyset Black maid who spoke in a heavy accent” 번역하면 ” 내가 처음 본 만화중 기억할 수 있는 캐릭터를 뽑자면 강간문화를 일반화한 ‘페페 르 퓨‘; 술에 취하고 무기력한 멕시코인들의 부정적 편견을 대중화시킨 생쥐 ‘스피디 곤잘레스‘; 또 강한 엑센트로 얘기하는 뚱뚱한 흑인 하녀 ‘ 마미 투 슈즈’ 를 들수 있습니다.” 이 사설이 나오고 논란이 많았는데 이에 부담을 느낀 워너 브라더스는 결국 프랑스 스컹크 ‘페페 르 퓨’ 를 ‘스페이스 잼 2’ 영화에서 취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멕시코 생쥐 ‘스피디 고곤잘레스’가 다음 차례일 거라는 루머가 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이런 캔슬컬쳐를 보면서 떠오르는 소설이 있습니다. 한국에도 많이 알려진 조지오웰의 1949년 작 소설 “1984”년 입니다. 집필 당시 미래인 1984년에 가공의 국가 오세아니아에서 벌어지는 암울한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을 묘사한 디스토피아 소설입니다. 국가가 개인의 행동과 사상을 철저히 통제하는 전체주의 상황이 주인공의 어두운 삶을 통해 그려집니다. “1984”의 배경인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지배계층의 끊임없는 감시와, 시민을 바보로 만드는 우민화 정책, 국가의 과도한 개입을 정당화시키는 영구전쟁으로 그 존재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독재 지배정당인 ‘The Party(정당)’는 사상경찰 (Thought Police)을 투입해 국민들의 사상을 검열하고 통제합니다. 사상죄(Thought-crime)에 걸리면 가차없이 사상경찰에게 끌려가게 됩니다.
현재 미국은 사회전반의 개혁을 위해 소위 각성했다는 Woke 그룹의 ‘급진적 검열’ 잣대를 과거의 문학 예술 작품에까지 쉴새없이 들이대고 있는 상황인데요. 2021년 판 사상 경찰들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겠죠. 과거/역사가 완벽한 나라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거(History)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인류는 그 과거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 역사가 현재의 사회정의 가치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지우는것은 옳지 않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과거의 문화와 사상을 반영하고 있는 문학과 예술 작품을 포용할때 진정한 사회개혁이 이루어 질수 있습니다.
“1984”년의가공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는 끊임없이 역사를 지웁니다. 소설 주인공은 다음과 같이 오세아니아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Every record has been destroyed or falsified, every book rewritten, every picture has been repainted, every statue and street building has been renamed, every date has been altered. And the process is continuing day by day and minute by minute. History has stopped. Nothing exists except an endless present in which the Party is always right.”( 모든 기록이 파괴되거나 위조되고, 모든책이 다시 쓰여지고, 모든 그림들이 다시 그려지고, 모든 동상과 거리의 건물들은 이름이 바뀌었고, 모든 날짜 또한 변경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매일, 분 단위로 계속되고 있습니다. 역사는 멈췄습니다. The Party (정당)가 항상 옳은 끊임없는 ‘현재’를 빼고는 아무 역사/과거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
급진적 소수 그룹이 정한 잣대에 맞춰 새로운 역사쓰기.. 미국사회가 조지오웰의 “1984”년의 오세아니아로 향하고 있는건 아닌지..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