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표준 국어사전에 등재된 표제어는 51만개에 달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립 어학원에서 만든 개방형 한국어 지식 대사전인 “우리말 샘”에는 표준어 뿐만 아니라 신조어, 중세와 근세의 한국어, 고어, 방언, 외래어까지 포함하여 무려 110만 단어가 넘는다고 한다.
이는 그동안 각 지역마다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발전하고 과학 문명의 발달과 함께 도시화, 세계화 시대로 진전하면서 새로운 말들이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릴적 보고 듣는것이 농사일이요 나들이라야 산넘어 외갓집이고 뒷간, 등잔불, 검정 고무신, 우물을 사용한 세대들은 그동안 급변하는 여러시대를 거쳐 4차 산업 사회에 살고 있으나 옛말이 사라지는것을 아쉬워하면서 홍수처럼 밀려오는 새로운 단어와 신조어에 그저 어리둥절할 따름이다.
그나마 아직까지 통용되는 옛말이 있으나 그 어원을 모르고 사용하는 말들이 있어 몇가지 골라 교민들과 함께 살펴 보고자 합니다.
먼저 “개판 오분전”은 우리가 흔히 개들이 집단으로 하는 행동으로 알고 사용하고 있으나 개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말로써 다음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이 숨어 있습니다. 즉 6.25 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부산으로 모여 들었을때 부산 국제 시장 근처에 피난민을 위한 무료 급식소가 있었는데 밥솥 뚜껑열기 5분전에 “개판 5분전이다”라고 배식 개시 5분전을 알려줬는데 그말과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앞자리를 차지하려고 경쟁하다보니 무질서가 발생하여 생긴말이라고 한다.
다음 “뒷구멍으로 호박씨 깐다”라는 말 역시 어원은 눈물겨운 사연이 있는데 옛날에 가난한 선비가 글 공부만 하여 굶기를 밥먹듯 하는데 하루는 선비가 밖에 갔다가 돌아와 방문을 여니 아내가 무언가 입에 넣으려다 황급히 엉덩이 뒤로 감추는 것을 보고 남편이 무엇이냐고 추궁하자 당황한 아내는 “호박씨가 하나 떨어져 있기에 그것이라도 까먹으려 했으나 빈 쭉정이였다”고 대답하자 서로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으나 세월이 흐르는 동안 겉으로는 어리석은체 하면서도 뒤로는 엉큼한 짓을 한다는 뜻으로 변했다고 한다.
또한 “낙동강 오리알 신세다”라는 말의 어원은 낙동강 주변에는 오리가 많이 모여드는 곳이어서 오리알이 많으나 오리알은 비린내가 나고 맛이 없어 사람이나 짐승들이 거들떠 보지 않아 방치되어 있다가 장마비에 떠내려 가기 때문에 소외된 처량한 신세를 뜻한다. 한편으로는 6.25 전쟁 당시 격전지였던 낙동강 전선의 상황을 뜻하는 것으로 국군이 총을 쏘면 인민군이 퐁당퐁당 낙동강 물속으로 떨어지는 당시 상황을 육군 12연대 11중대장 강영걸 대위가 “낙동강 오리알 떨어진다”라고 한것이 유행어가 되었다 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버릇없는 사람이나 앞으로 잘못될 낌새가 보이는 사람을 “싸가지가 없다”라고 하는데 이말의 어원은 “싹” (일명 싹수)과 “아지” (송아지, 강아지등에서 보듯 작은것을 의미)가 합한 “싹아지가 없다”는 뜻이다. 한편으로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인 의, 의, 예, 지 등 “네가지가 없다”는 뜻이라고도 한다.
또한 우리가 흔히 황당한 일을 당할때 “어처구니 없다”고 말하는데 이말의 어원은 궁궐의 전각이나 남대문 같은 문루의 기와 지붕위에 각가지 묘한 동물들의 모양을 한 토우 (흙으로 만든 모형)들이 있는데 이를 어처구니라 한다.
그런데 지붕의 마무리 공사를 하면서 어처구니를 울리는것을 실수로 잊어 버리는 경우에서 유래되었다는 설과 함께 어처구니의 다른뜻은 맷돌의 손잡이를 일컫는 말로 무거운 돌 두짝을 포개어 놓고 한쪽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데 그 손잡이가 없는 것을 일컫는 말이라고도 한다.
다음은 “시치미를 땐다”는 말을 전혀 모르는 일인양 딴청을 피우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 시치미는 사냥에 쓰는 길들인 매의 꽁지 깃털에 매달아 놓은 뼈조각을 가르키는 말로 거기에는 주인의 이름등을 기록해 놓는데 이것을 떼어 버리면 야생매와 구분이 안되고 주인이 누군지 구별할수 없는데서 유래되었다 한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엉뚱한 짓을 할때 “자다가 봉창 두드린다”는 말을 쓰는데 이말의 유래는 옛날 시골 흙 벽돌집에 가면 창문을 달수도 없고 하니 문틈 없이 그냥 종이로 창문을 흉내내서 종이만 발라 놓은 곳이 있는데 열수도 없으니 그냥 봉창이라고 한다. 어느 촌사람이 방안에서 자고 있다가 밖에서 누가 부르니 잠결에 문인지 창인지 구분 못하고 봉창을 열려고 더듬거리다가 내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다”라고 전한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