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5일 로스엔젤레스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93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있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윤여정”씨가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 조연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룩한 날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안방 시청률은 아카데미 시상식 역사상 최하를 기록했는데요. 미국 시청률 조사 기관 닐슨(Nielsen)에 따르면, 올해 시상식은 9.9 million(990만)명이 시청을 했는데, 이는 지난해 23.6 million(2,360만)명보다 무려 58%가 감소한 시청률이었습니다. 참고로 2019년에는 29.6 million (2,960만)명이 시상식을 시청 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은 미국의 풋볼 수퍼볼 경기 다음으로 많은 미국민이 시청하던 인기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한 영화관 폐쇄와 공연 사업의 부진, 넷플렉스등 안방극장 스티리밍 서비스의 폭발적 인기 결과로 기존의 할리우드 영화들에 대한 관심이 적어진 점을 전문가들은 시청률 하락의 이유로 뽑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 시청률 하락의 중심에, 최근 미국 사회를 잠식하고 있는 캔슬 컬처를 비롯해, 할리우드 스타들의 “정치적 올바름”을 훈계하는 엘리트적 태도등에 지친 대중들의 분노를 간과 해서는 안된다고 여러 전문가들이 지적합니다. 4월 26일자 뉴욕 타임스 기사에 따르면, 최근 시상식들이 문화 예술의 관점에서 엔터테인먼트의 명예를 기리는 것보다 급진적인 “정치적 이념”을 강조하는 무대로 점점 변해가면서 이에 동의하지 않는 대중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익명의 아카데미 시상식 프로듀서는 분당 시청률 분석 결과, 유명인들이 무대에서 정치에 대한 의견을 표현하기 시작하면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렸다고 뉴욕 타임스에 제보했습니다.
이러한 대중의 외면은 다른 엔터테인먼트 시상식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는데요. 닐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월 방영된 또 다른 영화 드라마 시상식인 “골든 글로브 (Golden Globle)” 역시 6.9 million (690 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2020 년의 18.4 million (1,840만)명의 시청자에 비해 무려 그 비율이 64 % 감소했습니다. 또한 지난 3월에 열린 전세계 유명 음악 예술인들의 잔치인 “그레미 시상식(Grammy Awards)”역시 9.2 million (920만)명의 시청자를 기록하면서 지난해 18.7 million (1,870만)명에서 51%가 감소한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Nielsen조사).
아카데미 시상식은 2019년 사회자로 지정된 코미디언 “케빈 하트”가 과거에 성소수자에 대한 적절치 못한 농담을 했다는 이유로 케빈이 사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격을 박탈하면서, 코미디와 정치적 올바름과의 경계에 대해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그 이후로 아카데미 시상식은 아예 사회자 역할 자체를 없애 버렸습니다. 그리고, 지난 2020년 9월 아카데미는 공평(equity)하고 포용성 (inclusive)있는 시상식을 추구하고자 “아카데미 2025년 (Academy Aperture 2025)”계획을 발표합니다. 이는 “영화 관람객의 다양성을 더 잘 반영하는 공평(equitable)한 표현을 장려하기 위해” 96 회 아카데미 시상식(2024 년부터 2025 년까지의 성과를 평가)을 시작으로 “최우수 작품상” 을 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포용의 최소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가이드 라인을 제시했습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중요한 주연이나 조연 역할 중 적어도 1명의 배우는 소외된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 그룹 (여성, 성 소수자, 장애자등)에서 뽑도록 규정합니다. 또한, 주연을 제외한 다른 역할을 맡은 배우들 중 적어도 30%는 역시 소외된 인종이나 사회적 소수 그룹에서 채워져야 합니다. 영화의 주제나 메인 스토리 역시 소외된 소수 그룹의 이야기를 중점으로 다뤄야 합니다. 또한, 영화 제작팀중 팀장등 주요 지휘자 역할(Casting Director, Editor, Director 등등)중 적어도 두자리는 소수 그룹 멤버가 차지해야 합니다. 또한, 전체 영화 제작진의 30% 역시 소수 그룹에서 뽑아야 한다고 지정하고 있습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단순히 국내 할리우드 영화들을 넘어서 국제적인 시상식으로 발돋움 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러한 규정들은 영화의 자유로운 예술성과 창의력을 저해할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코로나 사태의 불안과 분열적인 정치와 사회운동에 지친 대중들이 정서적 쉼터인 엔터테이먼트를 통해 오락과 재미를 추구하고자 하는데 반해, 그 대중의 욕구를 할리우드가 외면하고, 오히려 그 분열을 더 부추긴다면 당연히 대중들은 채널을 돌릴 것입니다. 영화나 음악을 넘어서 미국인들이 전통적으로 즐기는 스포츠 역시 점점 정치적 색채를 띠기 시작하면서 최근 많은 대중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다음 기사 “미국의 엔터테이먼트가 위험하다” 시리즈 (2)편에서 계속됩니다 (아래 기사를 클릭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