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많은 논란 속에 하원에서 통과된 의안이 있습니다. 소위 H.R.5 라고 불리는 ‘평등법안 (Equality Act)’ 인데요. 곧 상원 청문회와 논의를 거쳐 통과되면 미국내 비지니스, 학교, 종교기관등 사회& 문화생활 전반에 걸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아주 중요한 연방법안입니다. 표면적으로는 ‘평등법’이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한그룹의 권리가 다른 그룹의 권리를 침해할수 있는 모순적 위험이 잠재되어 있음을 파악할수 있습니다. 여러 문제점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여성의 권리’와 ‘종교활동의 권리’ 침해– 이 두가지에 촛점을 맞춰 법안을 분석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먼저 ‘평등법’이 무엇인지 간단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의회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다음과 같이 ‘평등법’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번역하자면 ‘이 법안은 공공 편의 시설 및 건물, 교육, 연방 기금, 고용, 주택, 신용 및 배심원 제도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성별, 성적 지향 (sexual orientation) 및 성 정체성(gender identity) 에 근거한 차별을 금지합니다….(중략).. 이 법안은 다음과 같이 ‘공공 편의 시설(public accomodations)’의 범위를 확대합니다; (1) 전시회, 레크리에이션, 운동, 오락, 모임 또는 전시를 제공하는 장소 또는 시설, (2) 상품, 서비스 또는 프로그램 및 (3) 운송 서비스가 그 범위안에 포함됩니다. 이 법안은 법무부가 성적 지향 또는 성 정체성을 이유로 연방 법원에서 동등한 보호 조치에 개입 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 이 법안은 개인의 성별 정체성에 따라 화장실, 라커룸 및 탈의실을 포함한 공공 시설에 대한 개인의 접근이 거부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 법안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하자마자 (1월 20일) 사인한 여러개의 주요 ‘행정명령(Executive Order)’ 중 하나이기도 했습니다. 취임 첫날에 사인할 정도니 바이든 행정부가 굉장히 심혈을 기울이는 법안중 하나라는 걸 알 수 있겠죠.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는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에 근거한 차별 방지’ 대통령 행정명령서를 아래와 같이 발췌하여 첨부합니다.
그 내용은 위에서 요약한 의회 법안과 거의 동일합니다. 그중에서 주목할 문장 (빨간 밑줄) 이 있어 따로 번역 분석해 봅니다. “아이들이(children) 화장실, 탈의실 또는 학교 스포츠에 동등하게 (성 정체성 또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없이) 접근할수 있는 학습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라는 문장인데요. 이는 생물학적으로 남자로 태어난 아이가 여자라는 성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여아들이 사용하는 화장실, 탈의실, 나아가 여자 아이들의 스포츠에도 차별받지 않고 참여할수 있게 하자는 논란의 여지가 큰 문장입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내용들을 토대로,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사회생활 전반에 커다란 변혁이 일어날 것이라는걸 쉽게 이해하실수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서 법안에 정의된 ‘공공 편의 시설(public accomodations)‘의 범위확대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비지니스나 학교, 종교시설, 병원등에서 앞으로 성 정체성이나 성적지향에 근거한 어떤 차별도 금지되고 나아가 연방법으로 보호받게 되면서, 이를 어길경우 처벌을 받을수 있다는 것인데요. 가령 예를 들어, 카톨릭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성 호르몬 주입이나 성전환 수술을 자신의 종교적인 신념을 근거로 의료서비스 제공을 거부할 경우 처벌을 받을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현재 여러 종교 단체에서 이 법안에 큰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자유롭게 종교활동을 보장하는 수정헌법 1조항의 권리를 침해할수 있는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다음은 ‘여성의 권리’ 침해 여지입니다. 위에서 지적했듯이 생물학적인 남성이 여자들만의 공간인 화장실, 탈의실, 스포츠 영역을 법적으로 정당히 침범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법안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생물학적 남학생들이 여학생들과 경쟁하면서 고등학교나 대학교에서 나오는 여성 스포츠 장학금도 탈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많은데요. 아무래도 생물학적 남성으로 태어난 학생들이 여성 스포츠 분야에서 여성들과 경쟁할 경우 두각을 나타낼수 있다는 것은 다들 공감하실 것입니다. 지금까지 열심히 여성 스포츠 발전을 위해 노력해온 코치나 선수들이 겪어야 할 혼란과 그들의 권리는 누가 보장해 줄 수 있을까요? 또한 화장실, 탈의실등을 공유하는 것이 불편한 여성이나 여아들의 권리는 어떻게 지켜줄수 있습니까? 놀랍게도 여성의 권리신장을 위해 활동하는 페미니즘 인권 운동가들은 현재 이런 상황에 침묵하며 중립을 지키고 있습니다.
모든이들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당연히 모든인간의 존엄성과 권리는 보호받고 존중 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나의 권리 주장이 남의 권리를 침해하게 된다면 이는 정당한 ‘평등’이 될 수 있을까요? 버지니아 대학의 법대 교수인 Douglas Laycock는 다음과 같이 ‘평등법’에 대해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한쪽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다른쪽의 권리를 파괴하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각자의 정체성과 가치/신념에 따라 삶을 살수 있도록 양쪽 모두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곧 시작되는 상원 청문회와 가결투표에 대한 업데이트도 진짜뉴스에서 찾아 보실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