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임인년 호랑이 해가 가고 2023년 (단기 4356년) 계묘년 토끼해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면 젊은이들은 한살을 더먹고 노인들은 한살이 줄어든다 합니다.
이말속에 담긴뜻으로 볼때 노인들이 맞는 새해는 결코 반갑지 만은 않은 듯합니다. 이런뜻에서 이번호에서는 한해를 보내면서 그간 신문명 주기가 짧아짐으로 인해 세대간 초역전 시대를 살아가는 지금의 노인들이 일생동안 겪어온 문맹, 컴맹, 폰맹, 금융맹, 인맹등과 관련한 삶의 자취를 회상해 보면서 이른바 꼰대 (Ggon Dai)와 신세대간 관계를 살펴 보고자 합니다.
저도 일제시대에 태어나 겐다루라는 이름도 가져봤고, 광복되던 때 온동네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풍장을 치면서 마을을 돌때 그 뒤를 따라 다니기도 하였으며, 6.25 전쟁때는 피난가서 남의집 헛간에서 지내도 보았습니다.
이시대는 누구나 등잔불, 성냥, 화로, 온돌, 고무신, 우물 (샘), 뒷간, 아궁이, 가마솥, 손빨래, 책보자기등을 사용하였습니다.
그리고 낫놓고 “ㄱ”자도 모른다는 속담이 있듯 그 갑갑한 “문맹”을 벗어나기 위해 소학교에 다니면서 흑연가루를 뭉쳐서 만든 연필과 몽당연필에 깍지를 끼워 ㄱ, ㄴ 을 배웠고 교단에 주먹만한 나무알로 된 주판을 걸어놓고 셈을 배우기도 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 지긋지긋한 가난과 고생을 면하려고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새마을 운동에도 적극적이었고, 더러는 공순이와 공돌이가 되고, 월남전선에도 가고, 독일에 광부, 간호원으로 가고, 중동등 해외 근로자로 나가 그야말로 죽을 각오로 일을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나라의 근대화와 오늘의 풍요로운 삶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될것이 60~70년대 군에 입대하여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하며 체득한 단합, 준법, 근면, 책임감등과 새로운 견문과 지식은 새마을 운동의 성공은 물론 전국민의 의식을 높이는데 기여했다는 것입니다.
교민들께서도 1965년 미이민법이 바뀌는것이 계기가 되어 새로운 세상을 꿈꾸며 낯선 미국에 가서 갖은 고생끝에 오늘의 행복을 누리며 국위를 선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대들이 이제 노인이 되어 젊은 세대로 부터 꼰대 취급(?)을 받는 가운데 컴맹, 폰맹, 금융맹, 인맹이 되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면서 헤매고 있습니다.
한편 이들 세대들은 부의 상징이었던 가정용 전화기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고 전보치러 우체국에 가서 10자를 안넘기려 신경도 쓰고, 공중전화기 앞에서 줄도 섰고, 자식들의 가정형편 조사서에 라디오, TV, 선풍기, 전화 보유 여부를 기록도 해봤고, 공직생활 중에는 교환원, 타자수, 차드사를 잘 사귀어야 출세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또한 세진 컴퓨터 랜드에서 “세종대왕은 문맹없는 나라를 만들었지만 세진은 컴맹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구호와 함께 컴맹 탈출을 위해 노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한때는 삐삐도 차고 다니고, 무선 전화기를 들고 다녀도 봤고, 휴대폰도 일찍부터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 쇼핑몰이나 온라인 뱅킹등 온라인 공간을 활용치 못하는 “폰맹”이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표를 사기위해 줄이나 서고, 맛집도 못찾아 단골집이나 다니고 물건사러 재래시장이나 기웃거리는 휴대폰 팔푼이(폰 기능의 80% 정도를 사용치 못하는 노인지칭)가 되었습니다.
또한 “금융맹”이 되어 인터넷 뱅킹이나 최신 금융서비스도 몰라 은행에서 번호표나 뽑아 기다리고 펀드니 비트코인이니 하는 생소한 단어와 각종 투자 유혹에 시달리며 보이스 피싱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또한 사회와 다른 사람들과 소통도 못할뿐 아니라 그간 알고 지내던 지인들과도 소원하게 지내는등 “인맹”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노인 세대가 어리석은 것도 아니고 신세대가 지능이 높아서도 아니고 다만 신문명 주기가 단축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즉 농업혁명은 수천년을 거쳤고 산업혁명은 300여년간 지속되었지만 제 3차 산업인 정보혁명은 30여년에 불과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겪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은 20여년으로 예상되며 그뒤에 이어 나타날 제5차 산업혁명은 15년으로 단축될 것이라 합니다.
이런 관계로 농경 사회와 산업사회에 태어난 사람들은 평생동안 비슷한 환경속에 살았기 때문에 나이가 많고 경험이 풍부할수록 존경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신문명 주기가 갑자기 짧아짐에 따라 한평생에 네 다섯번이나 변신을 해야하는 세대가 오늘의 꼰대 세대인 것입니다. 이런 가운데 요사이 MZ세대가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MZ세대는 동서양 학자에 따라 이견이 있습니다만 대략 80년도 초부터 2010년 초반에 태어난 세대입니다.
즉 X세대 (70~79년생) 이후의 M세대 (80~90년생)와 밀레니엄 세대 (80년 ~2000년생)및 Y세대 (91년~97년생)를 포함한 Z세대(90년~2010년생)를 일컬으며 이세대는 디지털 원주민 이라고도 하는데 어렸을때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온라인 쇼핑하고 SNS를 통해 인간관계를 맺었습니다.
이즈음 기성세대는 컴퓨터가 업무용 이었지만 이들은 컴퓨터로 소통하고 놀고 일하는 생필품이었습니다. 또한 이들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데 즉 인권, 공정, 합리성, 정의, 행복 추구권, 소확행 등입니다. 이렇기 때문에 이들은 기존의 소통방식이나 조직 문화와는 쉽게 어울릴수 없기 때문에 기성 세대와 충돌하고 꼰대와는 전쟁(?)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특히 나이, 직급, 스펙, 경력, 관록, 위계질서를 앞세우면 극렬히 저항합니다.
이들세대 다음에는 알파세대 (2010년생 이후)가 다가오고 있는데 이들 부모가 곧 MZ세대로 기존 세대는 업무를 위해 메타버스를 배워야 하는데 이들은 어려서부터 메타버스로 소통하고 놀이를 합니다. 즉, 어려서 부터 AI 스피커와 대화하면서 원하는 동요를 듣는등 사람보다는 가상현실과 인공지능등 기계와의 소통이 익숙하며 이들은 스마트폰과 타블릿 PC를 사용하면서 카톡은 하지않고 포켓몬고등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이런 손자를 보는 노인들께서는 온라인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을 보고 하루에도 몇번씩 놀랐던 경험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러한 신문명 주기가 단축되면서 나타나는 초역전 시대의 세대간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 경영의 신이라 불리는 GE의 “잭 웰치”회장이 1999년에 주창한 리버스 멘토링 (reverse mentoring)은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끝으로 영국의 캐스린 하킴 교수가 2010년 옥스포드 대학 저널에 발표한 “매력자본”(erotic capital)에서 다음 다섯가지를 충실히 실천하면 분명히 매력 자본을 갖춘 멋장이 노신사가 될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 첫째는 얼굴에 웃는 모습이 떠나지 않아야 하고, 둘째는 항상 마음에 여유를 가져야 하며, 세번째는 품격을 지키고, 네번째는 사랑으로 가득찬 표정과 언어가 따사로워야 하고, 다섯번째는 하루를 만끽하며 살되 미래는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리고 모든것을 편하게 순리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매력적이고 중후한 멋을 풍기는 것이라 했습니다.
#2022년을 보내면서 그간 저의 33회에 걸친 투고문을 봐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진짜뉴스(뉴욕 거주 교민 운영)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